생활 습관

‘하루 1개 정리’ 습관으로 방이 정돈되기까지

go50 2025. 6. 29. 12:53

큰 정리보다 작은 정리 하나가 더 중요하다

내 방은 겉보기엔 크게 지저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상 위엔 읽다 만 책과 택배 상자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서랍 안엔 쓰지 않는 물건이 가득했으며, 의자에는 어김없이 어제 입었던 옷이 널브러져 있었다. ‘언젠가 치워야지’ 하고 몇 달을 미뤄왔지만 정리는 늘 실패했다. 한 번에 하려니 귀찮았고, 마음먹은 날엔 다른 일이 생기거나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블로그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하루에 단 하나라도 정리하면, 결국 공간이 바뀐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대청소처럼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하루에 딱 하나. 5분이면 끝날지도 모르는 정리를 매일 실천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나는 ‘하루 1개 정리’ 루틴을 14일간 실험해보기로 결심했다. 이 작지만 지속 가능한 루틴은 단지 방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내 마음과 생활 습관 전반을 조용히 바꿔놓았다.

정리된 수건

첫 3일, 정리는 공간보다 마음을 먼저 건드렸다

첫날의 목표는 단순했다. 책상 위 펜꽂이 하나만 정리하자. 결과는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잘 나오지 않는 펜은 버리고, 자주 쓰는 것만 골라서 꽂았다. 마른 먼지를 닦아내고 나니 책상 전체가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둘째 날에는 서랍 위쪽만 정리했고, 셋째 날에는 화장대 앞에 흩어져 있던 머리끈과 클립을 모았다. 이렇게 단 하나씩만 정리하면서도 내 머릿속은 묘하게 정돈되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면서 ‘이걸 왜 여기 놔뒀지?’ 같은 생각이 들었고, 공간에 대한 감각이 돌아왔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정리를 하자 생각이 명확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방 안이 어수선했던 만큼 내 일상도 계속 흘러가기만 했는데, 물건을 정리하며 내 삶을 ‘멈추고 점검하는 감각’이 생겼다. 정리라는 행위는 공간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과정을 통해 내 사고와 감정의 순서를 다시 배열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단 하나 정리하기’는 하루를 리셋하는 리추얼처럼 자리잡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 눈에 띄게 바뀐 공간과 흐름

‘하루 1개 정리’ 루틴을 시작한 지 7일쯤 되자, 내 방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엔 눈에 잘 띄는 곳만 정리했지만, 점점 시선이 구석진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방 한쪽 구석에 있던 택배 박스를 해체하고, 안 쓰는 포장재를 버리고, 선반 위에 쌓인 종이들을 정리했다. 5일차에는 옷장을 정리하며 계절 지난 옷을 치웠고, 6일차에는 침대 옆 테이블에 모여 있던 리모컨과 잡동사니를 제자리에 뒀다.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만 했는데, 방 전체가 정돈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보기 좋아진 정도가 아니었다. 공간에 여백이 생기면서, 내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지고 시야가 탁 트였다. 무엇보다 이 루틴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하루에 단 5분~10분이면 충분했고, 오히려 그 짧은 성취감이 다음 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정리를 마친 날에는 작은 일기처럼 ‘오늘 정리한 것’을 기록했다. 이 기록들이 쌓이면서 나의 행동이 ‘일관된 습관’으로 정착하는 힘이 되었다. 방이 점점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며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고, 정리를 회피하던 과거의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2주차, 방이 아니라 삶의 리듬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2주차에는 ‘무엇을 정리할까’를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매일 방 안에서 시선이 걸리는 물건 하나를 정리 대상에 올렸다. 처음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정리했지만 점점 보이지 않던 부분까지 손이 갔다. 책장 안 깊숙한 곳의 오래된 팸플릿, 더 이상 쓰지 않는 충전기, 의미 없이 모아둔 스티커와 포장지. 그 물건들을 정리하며 나의 소비 습관, 물건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감정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노트, 언제 쓸지 몰라 모아둔 쇼핑백, 언젠가 다시 입을 거라며 몇 년째 보관한 옷. 그 모든 ‘언젠가’가 결국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미련과 불안의 형태였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내가 소유하는 물건에 대해 더 명확한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정말 필요한 것, 지금 쓰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는 것만 남기기.

또 하나 변화한 건 하루의 흐름이었다. 이전에는 잠들기 전까지도 핸드폰만 보다 잠에 들었지만, 요즘은 자기 전 작은 물건 하나를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루틴은 단지 공간을 깔끔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하루를 마감하고 나를 정리하는 의식이 되었다. ‘하루 1개 정리’는 내가 무언가를 잘 해내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고, 그 자체로 좋은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 1개 정리’ 습관은 단순한 물건 정리가 아니라 사고와 감정, 하루의 흐름을 정리하는 루틴으로 발전했고, 하루에 단 하나씩만 정리해도 공간은 점차 정돈되고 삶의 리듬까지 안정되며 집중력과 자존감, 감정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정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작게 시작하고 꾸준히 실천하면 정리라는 행위는 어느 순간 습관이 되고, 좋은 생활 습관은 결국 공간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바꾼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며, 그 실천은 누구나 당장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변화의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