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습관

하루 한번 “오늘 어땠어?” 질문을 해보자

go50 2025. 7. 11. 16:02

말은 있지만 대화는 없는 가족, 익숙함이 만든 침묵

가족, 연인,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은 주고받는다. “밥 먹었어?”, “언제 와?”, “불 껐어?” 같은 실용적인 말들은 오가지만, 정작 마음을 나누는 대화는 점점 사라진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소통을 ‘정보 전달’ 수준으로 최소화한다. 그러다 보면 대화의 창은 닫히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마음은 멀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부모님과 한 집에 살지만, 하루에 주고받는 말은 열 마디도 되지 않았다. 아침엔 인사 없이 각자 나가고, 저녁엔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가족끼리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함, 가까우니까 알아줄 거라는 착각이 오히려 서로를 무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심리 수업에서 들은 말이 마음에 남았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루틴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단 한 번, 가족 중 누군가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묻는 것. 질문 하나로 과연 대화가 열릴 수 있을까? 그 궁금증으로 시작한 이 루틴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큰 감정의 문을 열어주었다.

“오늘 어땠어?” 질문을 습관처럼 반복했더니 변화가 생겼다

첫 시도는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밥을 먹다가 아무렇지 않게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어땠어요?”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 분위기였기에 그 말 한마디에 엄마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냥… 뭐, 평범했지.” 그다지 특별한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시장 갔는데 감자값이 엄청 비싸졌더라”라는 말이 이어졌고, 나는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진짜요? 감자 하나에 얼마예요?”라고 물었다. 평소 같으면 지나갔을 대화가, 그날은 몇 분간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상대가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물어봐 주지 않아서 말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 날엔 아버지에게 똑같이 물었다. “아빠, 오늘 어땠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별일 없었지 뭐”라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요즘 회사에 새로 들어온 젊은 직원이 너무 느려서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건 아버지와 대화를 길게 나눈 지 오랜만의 일이었다.

 

질문 하나가 말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상대의 하루를 묻는 동시에,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는 신호였다.

오늘 어땠어? 대화

하루 1회 질문 루틴이 감정 흐름을 깨우고 대화를 열었다

루틴은 부담 없이 반복 가능해야 한다. 하루 한 번이면 충분했다. 그 타이밍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고,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퇴근 후 저녁 식사 전에, TV를 같이 보던 도중, 설거지를 함께하던 중. 나는 매일 한 번 가족 중 누군가에게 “오늘 어땠어요?”라고 물었고, 질문을 받은 가족은 점점 더 편안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대화의 내용이 길어질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말을 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특히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었어”라는 답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그 말 속에도 감정이 담겨 있었다. 피곤하거나, 지쳤거나,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도 그 짧은 대답에 들어 있었다. 그럴 땐 굳이 말을 이어가지 않아도 “그랬구나, 고생 많았겠다”는 한마디면 충분했다.

 

이 루틴을 실천하면서 나는 감정에 억지로 말을 붙이지 않고, 그저 묻고 기다리는 방식이 얼마나 따뜻한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감정을 꺼내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건 긴 설득이 아니라, 아주 짧은 질문 하나였다.

질문의 반복이 만든 가족의 반응과 나의 감정 변화

일주일이 지나자 가족의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왜 그래 갑자기?”라고 묻던 부모님은 어느새 내가 “오늘 어땠어요?”라고 물으면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셨고, 동생은 “물어봐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일 한 번씩 서로의 하루를 묻고 답하는 이 루틴은 말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감정의 정돈을 선물했다. 말로 꺼내는 순간 하루가 정리되고, 들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쌓였다. 놀랍게도 이 짧은 질문은 나 자신의 감정 상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매일 한 번 상대의 하루를 묻는 이 루틴을 반복하면서 나의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내 감정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타인을 향하게 되었다. 대화를 잘 이끌지 못하던 내가 오히려 가족 안에서 ‘말을 여는 사람’이 되었고, 그 흐름은 전반적인 가족 분위기를 조금씩 따뜻하게 만들어갔다.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내가 먼저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그 작은 시도가 대화를 만들었고 관계를 회복시켰다.

매일 한 번의 질문, 이것은 좋은 생활 습관이었다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 할 수 있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질문은 상대방의 하루를 인정해주는 정서적 장치이자, 말의 문을 여는 감정적 키였다. 가족 간에 정서적 소통이 줄어들고 대화가 단절된 시대에, 하루 한 번의 짧은 질문은 서로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를 가졌다. 이 루틴은 감정에 대한 부담 없이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열 수 있게 해주었고, 정서적인 연결고리를 하나씩 회복시켜주었다.

 

무엇보다도 이건 좋은 생활 습관이었다. 작고 가벼운 습관이지만, 반복될수록 강한 정서적 신뢰를 만들어주고, 말하지 않던 사이에 다시 말이 오가게 만들었으며,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을 선사해주었다. 지금 당신도 오늘 하루 가족 중 누군가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조용히 물어보면 좋겠다. 그 말이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오늘 어땠어?” 질문을 해보면

하루 1회 “오늘 어땠어?” 질문하기 루틴을 실천하면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반복할수록 가족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질문은 상대의 하루를 인정해주는 따뜻한 출발점이 되었으며 짧은 질문이 감정의 문을 열고 관계의 흐름을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가족 구성원의 말투와 표정이 달라졌으며 결국 이 루틴은 말보다 감정을 먼저 열어주는 좋은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대화가 사라진 일상 속에서 감정의 온도를 되찾게 해주는 작지만 강력한 실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