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고마워” 말을 해보자
마음은 있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당연하게 여긴다. 따뜻한 밥이 차려진 식탁, 세탁되어 개켜진 옷가지, 출근 전에 챙겨주는 말 한마디. 모두 누군가의 손길과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지만, 우리는 “고마워”라는 말을 자주 잊고 살아간다. 어릴 땐 그 말을 쉽게 했던 것 같다. 엄마가 간식을 챙겨주면 “고마워요”라고 반사적으로 말했고,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주면 웃으며 인사를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표현은 점점 줄어들었다.
바빠서, 어색해서, 혹은 그냥 익숙해져서. 가족은 늘 곁에 있으니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했고, 서로 말하지 않는 게 편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나조차 부모님이 내게 해주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속엔 ‘고마움’이 있었지만, 말로 꺼낸 적은 너무 드물었다. 그래서 실천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 가족에게 “고맙다”고 직접 말하는 루틴을. 그 변화가 얼마나 작을지, 또는 얼마나 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표현하지 않는 마음보다 말하는 마음이 더 나을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고맙다 말하는 습관, 시작은 작고 어색했지만 따뜻했다
첫날은 솔직히 어색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고,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엄마, 오늘도 밥 챙겨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놀란 듯 쳐다보더니 잠깐 웃으며 “별걸 다 가지고 그래”라고 하셨다. 말은 무심했지만, 분명 웃음 속엔 기분 좋은 흔들림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한 번, 부모님 혹은 가족 중 한 명에게 ‘고마운 일’을 찾아 짧게 말로 표현했다.
“아빠, 새로 고친 전등 덕분에 방이 더 밝아요. 고마워요.”, “언니, 오늘 말없이 도와줘서 고마워.”, “엄마, 내가 좋아하는 반찬 해줘서 진짜 고마워요.” 이런 말들이 거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정말 작고 사소한 말들이었다. 중요한 건 그 말을 매일 한 번, 의식적으로 한다는 것이었고, 그것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서 가족 간의 감정 연결고리를 하나씩 조용히 복원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표현이란 건 누군가가 먼저 해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먼저 꺼내야 시작되는 것임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하루 한 번 고맙다는 말이 만들어낸 관계의 변화
3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나면서 점점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에는 “이 말 왜 하지?”, “너무 오글거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반복되면서 마음에서 나오는 고마움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 더 놀라웠던 건 가족의 반응이었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착해졌냐”는 농담부터, “나도 고마워”라는 반응까지, 고마움을 말하는 나보다 듣는 가족이 더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아버지에게 “퇴근 늦으셨는데도 운전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을 땐, “뭘 그런 걸…”이라고 하시면서도 표정이 아주 밝았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평소보다 더 자주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표현을 주고받는다는 건, 말의 양보다 감정의 흐름을 열어주는 신호라는 것을 느꼈다. 작은 말 한마디가 불필요한 오해나 벽을 허무는 열쇠처럼 작동했다. 과거엔 마음이 있어도 꺼내지 않았던 말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오갔고, 덕분에 대화의 밀도도 깊어졌다. 그건 분명 고맙다는 말이 감정을 깨우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감사 표현의 반복이 만든 감정 습관의 변화
이 루틴을 2주 이상 실천하면서,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감정 인식 능력의 확장이었다. 매일 한 번 ‘고마운 일’을 찾기 위해 내 하루를 돌아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이 나를 위해 해주는 일들을 더 자주 눈여겨보게 됐다. 전엔 당연하게 지나쳤던 행동들, 이를테면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챙겨주는 간식, 무거운 짐을 말없이 들어주는 손길, 늦게 들어와도 현관 불을 켜놓는 배려 등.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 나는 매일 이렇게 많은 걸 받고 있었구나” 하는 감정이 생겼고, 이 감정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게 해주는 기반이 되었다.
즉, 고마움을 말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마움을 인식하는 훈련이 루틴 안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은 말의 표현으로 이어졌고, 표현은 또 다른 감정적 연결로 이어졌다. 이렇게 감정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순환이 루틴화되면서 나는 더 따뜻한 감정 습관을 갖게 되었고, 이는 명확히 가족 간의 정서적 거리에도 영향을 주었다.
고마움을 말하는 것, 이것은 좋은 생활 습관이었다
하루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는 일은 단순히 감정 표현을 넘어, 관계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강력한 기술이 되었다. 말로 꺼내는 고마움은 눈빛이나 태도보다 훨씬 명확하게 전달되고, 오해의 여지 없이 진심을 담을 수 있었다. 우리는 가족과 너무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니, 감정 표현을 생략하는 게 익숙해져 있지만,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감정도 꾸준히 표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루틴을 통해 실감했다.
그리고 그 감정 표현은 의외로 큰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하루 한 문장, 단 5초면 충분했다. 그 짧은 말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정서적 안전감을 높이고, 대화의 벽을 낮추며, 감정의 리듬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결국 ‘하루 한 번 고맙다 말하기’는 말습관을 넘어서 감정 관리 루틴이 되었고, 관계의 품질을 높여주는 좋은 생활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고마워"라고 말을 건네고 느낀점
하루 한 번 가족에게 고맙다 말하기 루틴을 실천하면서 처음엔 어색했던 말이 점차 자연스러워졌고 반복될수록 가족과의 대화가 부드러워지고 감정적인 연결이 활발해졌다. 고마운 일을 의식적으로 찾는 과정에서 감정 인식 능력이 향상되었고 말 한마디로 관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었다. 결국 이 습관은 작은 말이 큰 변화를 만드는 좋은 생활 습관이자 가족과의 거리를 줄이고 신뢰를 쌓는 실용적인 감정 표현 루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