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습관

부모님과 주말마다 함께 일해보기

go50 2025. 7. 9. 08:31

함께 사는 가족, 하지만 어쩐지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부모님과 같은 집에 살고 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하루에 나누는 말은 몇 마디뿐이었다. “밥 먹었어?”, “어디 가?”, “문 닫고 잘 자.” 그마저도 형식적인 말들로 채워져 있었다. 말이 없다고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어딘가 정서적으로 ‘단절’된 느낌이 자주 들었다. 함께 사는 가족임에도 서로의 감정 상태나 일상의 흐름을 거의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가끔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억지로 하려 하지 말고, 뭔가 같이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작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주말마다 부모님과 ‘일 하나’를 함께하는 루틴. 그 일이란 건 거창한 게 아니라, 설거지, 쓰레기 정리, 마트 장보기, 김치통 꺼내기 같은 사소한 집안일이면 충분했다. 말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시간’을 통해 감정적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나는 이 루틴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함께 일하기’ 시작, 사소한 것도 괜찮았다

루틴의 첫 번째 날,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설거지 같이 해요. 내가 접시 닦을게요.” 엄마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웃더니 “그래, 그럼 해볼까?”라고 하셨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엄마는 그릇을 헹구고, 나는 행주로 물기를 닦았다. 평소엔 아무 대화도 없이 각자 하던 일이었지만, 같이 하다 보니 이런저런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이 그릇, 너 어릴 때 쓰던 거다.” “그랬어요? 전혀 몰랐네.” “어릴 땐 네가 그릇 깨는 게 일상이었지.” “하하,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 짧은 대화 안에 과거의 기억과 웃음, 그리고 정서적 연결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험이었다. 일을 나누어도 좋고, 나란히 붙어 있어도 좋았다. 핵심은 공동의 리듬 속에서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주말마다 함께 일하기

함께하는 작은 작업이 감정을 연결해주는 비언어의 도구가 되다

일을 같이 하게 되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 세차를 한 날이 있었다. 나는 물을 뿌리고, 아버지는 솔로 닦고. 말은 별로 없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건 “같은 목표를 위해 나란히 움직이고 있다는 안정감”이었다. 작업 중 손이 부딪히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고, 마무리된 세차를 보며 서로에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그 순간이 감정을 교환하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이건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비언어적 감정 소통의 장치였다. 정서적 대화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경험, 반복되는 리듬, 공동의 책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같이 일한 뒤에는 식사 시간에 대화도 더 자연스러웠고, 서로에게 말을 꺼내는 데 주저함이 줄어들었다. 그건 분명, ‘함께 일한 기억’이 주는 심리적 거리의 변화였다.

매주 반복된 루틴, 그 안에서 생긴 감정의 변화

루틴은 부담 없이 반복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주말마다, 단 하나의 일만 함께하자.” 두 가지도, 매일도 아니었다. 딱 일주일에 한 번, 작은 공동작업 1개. 한 주는 김치 냉장고 정리, 또 한 주는 시장 장보기, 또 다른 주는 작은 창고 정리. 매번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 그 주에 자연스럽게 생긴 집안일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러면서 관계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부모님이 먼저 “이번 주말엔 뭐 같이 할까?”라고 물으셨고 같이 한 작업을 계기로 ‘공동의 추억’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신뢰와 관심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같이 있으면 부담스럽지 않다”는 안정감이 생겼다. 그건 말보다 훨씬 깊고 오래가는 감정적 변화였다. 감정은 대화를 통해 시작되기도 하지만, 같이 움직이는 순간들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경우가 많다.

말보다 행동, 그리고 함께한 시간이 만든 감정의 연결

이 루틴을 실천하면서 나는 확신하게 됐다. 가족 관계는 말로만 회복되는 게 아니다. 함께 시간을 쓰고, 함께 무언가를 해내는 경험 속에서 감정은 조용히 회복된다. ‘주말마다 함께 일 1개 하기’라는 작은 습관은 부모님과의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하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정서적 교류가 생기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을 다시 회복하게 해주는 좋은 생활 습관이 되어주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번 주말, 부모님과 딱 한 가지 일만 같이 해보면 어떨까? 설거지, 마트 장보기, 현관 청소, 오래된 사진첩 정리… 작은 일이면 충분하다. 그 한 가지가 생각보다 크고 따뜻한 감정의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부모님과 주말마다 함께 일해보기를 하며 느낀 것은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일 1개 하기를 실천하면서 말로 풀지 못하던 감정적 거리가 눈에 띄게 좁혀졌고 집안일이나 일상 작업을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러운 대화와 웃음이 생기며 말보다 행동을 함께하는 경험이 정서적 연결감을 만들어주었다. 매주 반복된 작은 루틴은 부모님과의 관계를 부담 없이 회복하게 해주는 좋은 생활 습관이 되었으며 결국 가족 관계는 말이 아닌 ‘함께하는 시간’ 안에서 더 깊고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