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번 내 감정을 기록하면 찾아오는 평안함
감정은 늘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나는 잘 몰랐다
나는 감정에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금방 티가 났고, 속상할 때도 얼굴에 드러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깨달았다.
“나는 내 감정을 자주 느끼지만, 정확히는 잘 모른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화가 난 건지’, ‘서운한 건지’, ‘두려운 건지’를 구분하지 못했고, 단순히 “기분이 별로야”라고 넘기곤 했다. 감정의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감정은 그대로 쌓이기만 하고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감정이 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하루에 한 번, 내 감정을 한 줄로 기록하는 루틴”이었다. 이 작은 습관은 단순히 감정을 메모하는 것을 넘어 내 감정의 패턴과 정체를 인식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힘이 나타나게 된다.
이 글은 내가 실천한 하루 1감정 기록 루틴에 대한 경험을 담은 이야기이고, 감정과 더 친해지고 싶거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감정을 기록하는 습관 만들기: 하루 1줄이면 충분하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감정일기를 쓰려고 하면 부담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작게 시작했다.
매일 저녁, 단 한 줄만 ‘오늘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것.
기록 방식도 간단했다.
- “오늘의 감정: 서운함. 이유: 기대한 피드백이 없었다.”
- “오늘의 감정: 안도. 이유: 걱정하던 결과가 잘 나왔다.”
- “오늘의 감정: 분노. 이유: 무시당했다고 느껴졌다.”
형식은 자유롭게, 메모앱이나 종이노트에 작성했다. 핵심은 감정의 이름을 붙이고, 이유를 짧게 적는 것이었다. 처음엔 감정을 한 단어로 요약하는 게 어색했지만, 점점 더 구체적인 언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짜증’이 아니라 ‘억울함’, ‘무력감’, ‘답답함’으로 나뉘었고, ‘기쁨’도 ‘만족’, ‘뿌듯함’, ‘기대감’처럼 더 세밀해졌다. 이처럼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말하는 것 자체가 감정을 조절하는 첫 단계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
하루 1감정 기록은 매우 짧고 간단한 루틴이지만,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깊었다. 내가 내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감정 인식이 바뀌면, 반응도 바뀐다
감정 기록 루틴을 일주일 정도 실천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감정에 대한 ‘거리 두기’ 능력이었다.
예전에는 감정이 올라오면 곧장 반응으로 이어졌다. 짜증이 나면 말투가 날카로워지고, 불안하면 할 일을 미루고, 화가 나면 상대를 밀어내곤 했다.
하지만 감정을 기록하면서부터는, 감정이 올라왔을 때
“지금 이 감정은 어떤 이름일까?”, "어디서 부터 시작된 것일까?"
라는 질문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즉각적인 반응이 줄어들었고, 감정을 흘려보내는 시간이 생겼다.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감정과 나 사이에 한 걸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었다.
또한 기록을 반복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감정이 뭔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서운함’과 ‘무력감’을 자주 기록했고, 이유는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걸 알아차린 이후부터는 기대치를 조금 낮추거나, 상대방에게 표현을 더 명확히 하게 됐다.
결국 감정 인식은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내가 지금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 감정이 어떤 생각에서 비롯됐는지를 이해하면,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감정은 이제 ‘불쑥 튀어나오는 폭탄’이 아니라, ‘내가 알아차릴 수 있는 정보’가 됐다.
하루 1감정 기록의 누적 효과: 감정은 흐름이다
감정 기록 루틴을 3주 이상 실천하면서부터,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그건 바로 감정이 순환한다는 걸 인식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나는 늘 불안하다’, ‘나는 자주 외롭다’ 같은 고정된 감정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록을 돌이켜보니, 같은 감정이 매일 지속되는 게 아니라,
불안 → 기대 → 만족 → 걱정 → 무기력 → 다시 안정
이런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었다. 감정이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변하는 흐름이고, 지나가는 파도라는 것을 기록을 통해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감정이 안 좋은 날에도 “이것도 지나간다”는 확신이 생겼고, 좋은 날엔 그 기분을 더 소중히 느낄 수 있게 됐다. 감정을 정리하고 흐름을 파악하게 되니 감정의 리듬에 나를 조화롭게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감정 기록은 일종의 정신적 정리 습관이 되었다. 마치 방 정리를 하듯, 하루의 감정을 꺼내보고, 분류하고, 다듬는 시간. 이건 나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자, 감정 피로를 줄이는 매우 효과적인 루틴이었다.
감정 기록은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키워준다
감정을 기록한다는 건 단순한 글쓰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건 자기 감정을 인정하고, 마주하고, 흘려보내는 과정이다.
기록을 통해 나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게 되었고, 반대로 과하게 내세우지도 않게 됐다.
감정은 나의 일부지만, 내가 감정 그 자체는 아니다.
이 단순한 기록 루틴은 그 사실을 매일 내게 알려주는 도구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하루에 단 한 줄, 그날의 감정을 짧게 적는다.
기분이 좋은 날은 그 감정을 더 음미하고, 나쁜 날은 조용히 흘려보낸다.
이 습관은 내게 ‘감정이라는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었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일이 훨씬 줄었다. 무엇보다 감정으로부터 나를 분리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
결국 감정을 잘 다룬다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고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감정의 이름을 붙이고 기록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감정을 잘 다루고 싶다면, 지금부터 하루 1감정만 적어보자.
그 루틴은 분명히 좋은 생활 습관으로 이어지고,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루 1감정 기록 루틴을 실천하면서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뚜렷이 바뀌었고 감정의 이름을 붙이고 이유를 짧게 적는 습관만으로도 감정과 나 사이에 여유가 생기며 즉각적인 반응이 줄었고 반복된 기록을 통해 감정은 고정된 성격이 아닌 흐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감정 기록은 곧 자기 감정을 객관화하는 정리 루틴이자 감정 피로를 줄이는 좋은 생활 습관으로 발전해 삶 전체의 감정 리듬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