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기록 루틴(손글씨 vs 앱 비교)
하루에 하나만 적는 습관이 삶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나는 기록을 좋아하지만, 꾸준히 하지 못했다. 다이어리를 몇 번이나 샀고, 메모장 앱을 자주 설치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길게 쓰다가 점점 부담이 되었고, 결국 멈춰버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문장을 보게 됐다.
“매일 단 한 줄만 적어도, 삶은 기록된다.”
이 말이 이상하게도 크게 와닿았다. 길게 쓰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없었고, 한 줄이라면 매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1일 1기록 루틴’을 시작했다. 이 루틴을 실천하면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기록을 해봤다. 하나는 손글씨로 쓰는 방식, 다른 하나는 앱을 이용한 디지털 기록 방식이었다.
이 글은 두 가지 방식을 각각 실천해보고 느낀 장단점을 솔직하게 정리한 후기다. 짧지만 꾸준한 기록 습관이 주는 변화는 생각보다 컸고, 단순한 ‘쓰기’ 이상의 정리와 회복, 그리고 나를 마주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손글씨 기록 습관: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는 가장 느린 방식
손글씨로 기록하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익숙한 방식이었다. 나는 작은 노트를 한 권 정해서 매일 한 페이지씩 기록을 시작했다. 첫날엔 어색했지만, 두 번째 날부터는 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을 짧게 적는 데도 감정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손글씨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빠르게 입력하는 앱과 달리, 손으로 쓰는 글은 자연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녹여낼 수 있게 해준다. 오늘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떠올려 적다 보면, 그 순간의 감정도 함께 기록된다.
또한 글씨체를 보며 나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다. 피곤한 날은 글씨가 작고 흔들렸고, 기분이 좋은 날은 글씨가 커지고 여유로웠다. 손글씨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하루의 흔적이 감각적으로 남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했다. 장소의 제약이 있었고, 기록을 찾을 때 검색이 불가능하다는 점, 실수했을 때 수정이 어렵다는 점 등 실용성 면에서는 다소 불편했다. 외출 중에는 기록을 놓치기도 쉬웠고, 꾸준히 하려면 별도로 노트를 챙겨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글씨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기록이었다. 일기라는 형식보다는 하루 한 문장을 남기는 루틴이었기에 오히려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손글씨는 내 감정과 마음의 흐름을 정돈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디지털 앱 기록 습관: 실용성과 편리함, 그리고 확장성
손글씨 루틴과 병행해서 나는 앱을 활용한 기록 루틴도 실천해보았다.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스마트폰의 기본 메모장이었다. 아이폰의 경우는 ‘메모’ 앱, 안드로이드에서는 ‘구글 킵’이나 ‘모모노트’ 등 다양한 앱을 사용해봤다. 특히 데일리 기록 전용 앱을 활용하니 꾸준함이 유지되었다.
앱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과 확장성이다. 언제 어디서나 기록할 수 있고, 노트북과도 연동되어 입력한 내용을 쉽게 다시 확인하거나 편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출 중에 떠오른 생각을 지하철 안에서 바로 입력할 수 있고, 그 내용을 나중에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거나 다시 정리할 수도 있었다.
또한 앱은 알림 기능이 있어 기록 습관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준다. 손글씨는 기록을 까먹을 수 있지만, 앱은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울려주어 루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점은 특히 바쁜 직장인이나 자주 외출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하지만 앱 기록은 생각을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처리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빠르게 쓰고 끝내는 데 익숙해지면, 감정이 담기지 않는 ‘기록의 체크리스트화’가 되기 쉽다. 처음엔 편하고 실용적이지만, 어느 순간 그 기록이 의미 없는 단순한 데이터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앱을 활용한 기록은 실천의 지속성과 검색의 편의성, 멀티 디바이스 호환성이라는 장점 덕분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기록 습관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특히 업무나 아이디어 메모와 같은 실용적 기록에는 앱이 훨씬 효율적인 도구였다.
기록 습관 비교: 어떤 방식이 더 나에게 맞았는가?
손글씨와 앱, 두 가지 방식 모두 나름의 효과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손글씨는 감정을 정리하고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면, 앱은 일상 속 작은 빈틈을 메우며 기록을 계속 이어가게 해주는 장치였다.
가장 큰 차이는 ‘기록에 담기는 깊이’와 ‘기록의 지속성’이었다. 손글씨는 짧은 문장 속에도 생각이 더 많이 담겼고, 마치 한 줄의 일기가 마음을 다독이는 역할을 했다. 반면 앱은 실용성과 접근성 면에서 뛰어났고, 루틴을 빠르게 만들기엔 탁월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침에는 손글씨, 저녁에는 앱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루틴을 나누었다. 아침에는 하루를 시작하며 마음을 정리하는 의미로 손글씨를 쓰고, 저녁에는 하루 동안의 사건이나 아이디어를 앱에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기록의 목적을 나누어 습관화하자 훨씬 자연스럽게 루틴이 이어졌고, 기록이 일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루틴을 통해 느낀 가장 큰 변화는, 기록하는 하루는 그냥 흘러가지 않는 하루라는 점이다. 아주 짧은 한 줄이라도 내 하루를 정리하면, 그 하루는 의미를 가진 시간이 되었다. ‘쓸 가치가 있는 하루’를 만든다는 것. 그 자체가 큰 회복이었다.
기록은 단지 글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생활 습관 중 하나였다.
1일 1기록 루틴은 손글씨와 앱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실천해보았고 손글씨는 감정의 깊이와 자기 성찰에 탁월했으며 앱은 실용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훨씬 편리했지만 두 방식을 병행해 기록의 목적을 나누자 루틴이 더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하루 한 문장을 쓰는 이 습관은 내 삶을 단순히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그날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의식이 되었으며 결국 기록은 나를 들여다보는 도구이자 하루를 정리하고 회복하는 좋은 생활 습관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